AI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
AI에 대한 논의는 경우에 따라서는 두렵고, 불안하게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논의의 과정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어떤 사람은 낭떠러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2016년말부터 잊을만 하면 AI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다. 그 때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9단을 이기면서 첫 번째 AI 붐이 시작됐다. 2023년이 된 현재도 내가 쓰는 글의 주제는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AI’ 같은 것들에 대체로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
AI에 대한 이야기들이 좋았기 때문에 Data Scientist라는 일을 시작했었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도 그것들의 연장선에서 생각하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해왔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나의 머릿속 세계관은 다소 미래로 치우친 SF 소설과 게임들의 내러티브로 철저하게 점철되어 있다.

나는 AI가 맹목적인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여 누구의 위협도 되지 않는 무해한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시스템, AI — 이름이 계속해서 바뀌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명확하게 어떤 직업을 이미 대체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맥킨지는 ‘급속화된 자동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자동화가 2030년까지 7천 3백만 개의 직업을 ‘끝낼(Eliminate)’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흔한 직업중에 하나는 ‘운전수’였다. 화물 트럭을 모는 운전수가 200만에서 300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직업으로서의 운전’의 시대가 앞으로 ‘끝난다’는 것은 이제 정말로 자명한 일이다.

어떤 인간의 직업은 우리가 흔히 말해온 것처럼 ‘더 멋지고 더 창의적이며 상위 호환인 직업으로 진화하였’지만, 어떤 직업은 그냥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도중이며, 모두가 서서히 그 이름을 잊어버리고 만다. 예컨데 트럭 운전기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아마 당사자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그 정도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직업의 대체는 해고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채용공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직업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더 이상 뽑지 않을 때 그 직업의 대체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척박해진 거시경제 환경으로 인해 해고와 채용공고의 변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미국의 '테크 기업'의 2023년 해고 통계 사이트 "layoffs.fyi"
AI는 ‘지금’ 수십억의 인류에게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 구석구석에서 ‘매일매일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고 (예를 들어 대부분의 컨텐츠와 소통의 경로가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되는 Facebook MAU가 약 30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탄생하고 번영할 100억명의 인류에게 (*2022년 11월 세계 인구 80억명 추산, UN은 2057년 100억 인구에 도달할 것을 예측)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구성원으로서 과업 자체에 대한 깊은 몰입과 ‘그냥 하는 것’에는 물론 그 나름의 큰 의미가 있지만, 이처럼 거시적인 현상 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서 재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오랫동안 말해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기업 OpenAI의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Creating safe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that benefits all of humanity’ — 모든 인류에게 득이 되는 안전한 AI를 만드는 것.
고리타분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고, 실제로 버는 돈과 상관이 없어 실용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논의들이 기업과 종사자들의 일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두려움에 대해서 말하고, 희망에 대해서 말하고, 굳어보이는 타인의 의견에 딴지를 걸고 기꺼이 논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더욱 ‘아무나’였으면 좋겠다. 나는 ‘AI 애호가’ 같은 느낌으로 질리도록 이 논의에서 몇 년째 이야기를 해보고 있다. 처음으로 AI와 관련된 직업을 얻기 전부터, 그냥 SF 게임을 몰입해서 클리어했던 그 시절부터. 우리는 허망해보였던 과거의 무수한 예측들이 하나씩 하나씩 달성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뀌어가는 미래의 주인이 우리 모두였으면 좋겠고, 당신이 부디 기술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 땐 (옛날이) 좋았지’보다는, ‘그래도 지금이 낫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손으로 (키보드를 거치긴 했으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