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대체할 SNS는 도래할까?

2023년 소셜 네트워크 도메인의 가장 핫한 주제 중의 하나는 ‘트위터를 대체하는 것’이다. 도대체 트위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트위터의 무엇을 고쳐 다음 트위터를 만들고자 하는 걸까?
이 트렌드 자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를 읽어보셔도 좋다. 이 글에서는 소셜 미디어 자체의 문제와 내가 생각하는 트위터의 대안들에 대해서 다룬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문제라고 말하는 이유들
먼저 소셜미디어는 제법 오래되었다. 트위터의 경우 2006년도에 만들어졌고, 이제 2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충분히 영글어가는 생태계이다보니 당연히 장점도 많이 있겠지만 문제점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되게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들 세 가지만 나열해보자면,
1.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들으니까 문제야: 필터 버블
‘필터 버블’은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다양한 시각과 정보에 노출되지 않고 자신의 선호와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게 되는 현상이다.
2. 극단적인 것, 자극적인 것만 보게 되니까 문제야: 에코 챔버
‘에코 챔버’는 밀폐된 시스템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으로 인해 신념이 증폭되거나 강화되는 현상이다.
3. 쓰레기 컨텐츠가 점점 더 많아지니까 문제야: 스팸
소셜 미디어에서는 가짜 뉴스와 오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충분한 메커니즘이 없다. 사람이 자기 손으로 가짜뉴스와 오보를 쓰게 되는 오류도 있고, 생성형 AI를 통해서 이같은 쓰레기 컨텐츠와 스팸 계정이 점점 더 그럴싸해지면서 컨텐츠의 진위 여부, 계정의 진위 여부 등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나 요즘의 화두는 생성형 AI다. ChatGPT가 트위터 쓰레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비슷비슷하거나 인위적이거나 사람냄새가 덜나는 트윗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직접 설문조사를 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AI 생성 컨텐츠가 소셜 네트워크를 망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간단한 설문과 작은 표본 크기가 소셜 네트워크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차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AI 생성 컨텐츠에 때때로 불편함을 느낀다.
4. 웰빙과 관련된 문제들
이것들 외에도좀 더 인간적인 문제들도 많이 있다.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을 질투하거나 미워하거나 시기하고, 자신의 솔직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꾸며진 모습만을 보이는 것, 끊임없이 새로운 타임라인과 알림을 쫓아 새로고침과 스크롤을 좀비처럼 반복하는 것 등등 소셜 미디어의 산발적이고 강박적인 사용이 다양한 정신건강과 신체적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조금 더 심각한 예시로 인스타그램과 연관지어 발생할 수 있는 '신체이상증후군'(Body Dysmorphia)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심한 걱정과 불만족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이들이 겪는 외모에 대한 염려, 걱정은 실제로는 없거나 아주 미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일상생활에서 큰 고통과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사와 함께 하는 상담이나 약물치료, 또는 둘 다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 장애 기구, Mayo Clinic)
'미니멀리스트'는 이같은 현상을 보고 '스크롤은 새로운 흡연이다. (Scrolling is the new smoking)'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위터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이같은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공통적으로 겪는 사회적 문제, 그리고 트위터에만 국소적으로 존재하는 몇몇 문제에서 출발한다.
트위터 고유의 문제제기: 일론머스크 이슈

일론 머스크는 1억 3천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가장 유명한 트위터 유저다. 그리고 트위터를 인수한 장본인이다. 한편 ‘트위터를 고쳐라’는 문장에 불을 붙인 건 일론 머스크의 공도 크다. 일론머스크는 자신 나름대로 트위터를 고치기 위해서 인수했다. 그의 철학에 동의하는 팔로워들은 그가 운영하는 트위터 또한 좋아한다. 그러나 그가 세상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사람인 만큼 그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트위터 유저들은 트위터의 방향성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편이다.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행보는 ‘트위터 블루’ 인증을 통한 트위터의 부분적인 유료화이다.
트위터의 핵심 가치제안: 실시간
트위터의 핵심 가치제안은 "실시간 정보 전달"이다.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자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고, 다른 소셜 네트워크가 갖지 않은 최대의 장점은 바로 빠른 소통 속도와 대화의 즉각성, 그리고 당연히 - 이미 트위터를 사용할 줄 알고 사용하고 있는 유저 풀의 네트워크 효과 등이다.
트위터를 대체하는 건 매우매우 어렵다. ‘실시간’ 가치 제안을 동일하게 주면서도, 이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많은 트위터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을 이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런 트위터를 어떤 부분에서는 대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진 트위터의 대안들이다.
대안 1: 마스토돈, 트위터를 소유하라

마스토돈은 트위터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오픈 소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마스토돈은 사용자들이 서로 팔로우하고, 짧은 메시지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트위터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분산형 서버 시스템을 사용하여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서버에서 관리하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마스토돈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개인 서버를 운영하면서, 각 서버간에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플랫폼을 직접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고, 편리성에 맞춰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중앙 집중식 서버 관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스토돈의 핵심 가치는 탈중앙화된 운영주체이며, 이것이 바로 마스토돈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유저가 마스토돈을 안 쓴다는 게 가장 문제이며, 마스토돈 사용자들 끼리도 서로 분산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문제이다.
대안 2: 블루스카이, 알고리즘의 마켓플레이스

블루스카이(BlueSky)는 트위터의 창업 멤버 중 하나인 Jack Dorsey가 개발 중인 탈중앙화 소셜미디어 프로젝트다. 블루스카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이 개인 데이터와 정보를 더욱 안전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블루스카이의 가장 큰 특징은 마스토돈과 유사하게 탈중앙화된 서비스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 서버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는 달리, 블루스카이에서는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정보가 분산 저장되며, 사용자들 스스로가 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블루스카이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동시에 보장하고, 트위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예: 허위 뉴스, 개인정보 유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심(Attention)은 정말로 귀중한 자원이다. 블루스카이는 사용자가 피드를 원하는대로 구성이 가능한 알고리즘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 있다.
블루스카이의 핵심 가치는 마스토돈과 마찬가지로 '탈중앙화된 운영주체'이며, 이것이 바로 블루스카이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블루스카이와 마스토돈에는 공통적으로 블록체인 열성팬들과 관련 얼리어답터들이 즐비해있다. 그러나 트위터를 대체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열성팬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 3: 트위터가 되고 싶은 서브스택과 서브스택이 되고 싶은 트위터

서브스택은 작가를 위한 구독 뉴스레터 지원 인프라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017년에 설립됐다. 서브스택의 사명은 죽어가는 저널리즘의 대안이 되겠다는 것. 플랫폼은 에드워드 스노든, 제프 트위디, 에밀리 넌 등 다양한 저명 작가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서브스택은 2021년 11월 현재 50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브스택의 핵심은 ‘자발적 구독’이다. 알고리즘의 개입이 핵심이 되는 기존 소셜미디어와 달리, 독자가 자기 손으로 이메일을 입력해야만 소통이 시작하니까 사람들은 조금 더 정제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트위터와는 달리 더 금전적인 인센티브에 집중한다. 돈을 받아야 양질의 컨텐츠가 나온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런 서브스택에서 최근 트위터와 매우, 매우매우 닮은 기능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서브스택에서도 트위터와 비슷한 형태의 타임라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서브스택은 어떤 면에서 트위터가 되고 싶어한다고 느껴진다.

한편 트위터는 서브스택이 되고 싶어한다고 느껴진다. 트위터 블루 서비스 유료 구독자에 한해 사용자는 기존 트위터의 가치 제안을 역설하는 장문 트윗과 텍스트 포매팅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서브스택의 작동 근간 중 하나인 작가에 대한 수익창출 지원 등의 개념들을 벤치마크하고 있다.
기능적인 벤치마킹 이외에도 서브스택과 트위터 이 둘은 최근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트위터와 서브스택의 불화>에 대한 글[ZDNet]에서 읽어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 3가지: 알고리즘, 모달리티, 욕망
1. 알고리즘
앞서 말한 것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관심사, 행동 패턴, 친구들의 활동 등을 분석해 알맞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알고리즘의 효과적인 운용은 사용자 경험을 높여주지만, 잘못된 콘텐츠 추천으로 가짜 뉴스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2. 모달리티
모달리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정보를 표현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그리고 숏폼 세로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각각의 모달리티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적절한 조합을 통해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소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모달리티는 그 특성과 사용자들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문 텍스트 중심의 트위터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고, 이미지와 동영상 중심의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인 매력을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러한 다양한 모달리티를 고려해 사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3. 욕망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보를 얻거나 공유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친구들과 소통하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을 추구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러한 동기부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대체로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게임화 기능, 콘테스트, 보상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욕망들은 다음과 같다.
링크드인 - 커리어의 성공 > 사용자들은 주로 경력 관리, 직업 발견, 네트워킹 및 전문적인 정보 공유와 관련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이직 기회를 찾거나 자신의 실력을 강화하는데 관심이 있다.
트위터 - 실시간 > 사용자들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유명인사나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거나 세계사건에 대해 토론하고 싶어한다.
유튜브 - 엔터테인먼트 > 사용자들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자신의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고 싶어한다. 교육, 엔터테인먼트,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동영상을 소비하며, 구독자를 얻어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어한다.
틱톡 - 짧고 빠르고 쉬운 엔터테인먼트 > 유튜브와 흡사하지만 ‘짧다는 것’, ‘자동으로 끊임없이 매력적인 컨텐츠가 재생되는 것’이 핵심이다.
인스타그램 - 시각적 매력 > 사용자들은 시각적인 매력이 강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공유하며 자신의 삶과 감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또한, 친구들과의 소통을 즐기거나 인플루언서, 브랜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강화하고자 한다.
다음 트위터는 누가 될까? 그런 게 필요하기는 할까?
‘트위터 가이’ 일론 머스크는 소셜 미디어, 결제, 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앱'(Everything app)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출처]
트위터는 소셜 미디어 앱에서 볼 수 있는 금융 자산의 종류를 확대하기 위해 증권사 eToro와 제휴를 맺었다. 사용자가 투자를 원할 경우 트위터는 주식, 암호화폐, 인덱스 펀드를 거래할 수 있는 eToro의 사이트로 이동한다. 이 파트너십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앱"을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에 한 걸음 다가선 것.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앱"에 대한 머스크의 비전은 뱅킹, 차량 공유 서비스, 화상 채팅을 포함하는 중국 앱 WeChat 그리고 한국의 카카오톡, 토스 등을 떠올리게 한다.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여러 다양한 소셜 미디어들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젼이 ‘다음 트위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에겐 정말로 트위터를 대체할 ‘다음 트위터’가 필요한 걸까? 그렇다면 다음 트위터는 누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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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요 몇 달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는 한 단어가 있다. 나는 소셜 미디어를 접속해서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이 '유대감'이었으면 좋겠다. 잠깐의 흥미거리가 아니라, 매력이 아니라, 유대감. 앞으로 나는 유대감을 위해서 글을 쓰고 싶다.
P.P.S. 글에서 잠깐 언급된 것처럼 Substack은 개인 작가의 창작활동을 응원하는 '구독 미디어'는 리트윗 많이되고 노출 많이되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받는 편이' 양질의 컨텐츠를 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블로그에서 광고없이 글을 써보고 있는데, 만약 커피 한 잔 값 정도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기부를 해주시면 내가 원두를 한 봉지 더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