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와 기술

리터러시와 기술
Photo by Rey Seven / Unsplash

최근들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Computer Literacy, IT Literacy, Digital Literacy, Data Literacy, Code Literacy 이런 식으로.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다. 그리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관점에 따라 무한히 변환이 용이한 능력이다. 글이 아니라 코드를, 코드가 아니라 음표를, 음표가 아니라 그림을, 그림이 아니라 … 이런 식으로.

리터러시는 관점에 따라서는 모든 것의 능력이다. 리터러시가 좋은 사람은 뭐든지 배울 수 있다. 뭐든지 읽고 뭐든지 쓰면서. 언어도 배울 수 있고 프로그래밍도 배울 수 있고… 뭐든.

그러나 이토록 강력한 리터러시일지라도 개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리터러시의 상한선은 마개로 막혀있다. 초거대 언어모델은 그 마개의 제한없이 다음 단계의 리터러시를 추구하기 시작했는데 인간의 리터러시는 아직 그대로이다. GPT의 연산 파라미터 갯수와 학습 데이터의 양, 하드웨어에 때려붓는 돈 등은 아직까지 Scale-up이 가능한데 인간의 뇌용량은 Scale-up이 안된다.

그런 인간의 뇌에 대해 다음 단계의 리터러시를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초월(Transcendence) 욕구이다. 많이 사용되는 욕구의 계층에 따르면 자아실현과 ‘초월’은 가장 돈이 많고 풍족한 사람들의 욕구일 것이다. 다른 욕구가 어떤 식으로든 충족된 사람들의 욕구일 것이다.

언어모델이 평범한 인간과 같거나 더 나은 수준의 글과 코드를 쓰게 되었을 때 인간의 리터러시는 언어모델의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니까 현재의 AI Hype은 단순한 Hype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로 하루하루를 바꿔나갈 것이다.

  1. AI가 책을 쓸 것이다. 수십 수백 페이지의 분량을 적더라도 플롯에 그렇게 크나 큰 결함이 없는 수준의 책을 써낼 것이다.
  2. AI가 소프트웨어를 쓸 것이다. 적당한 기획서가 있으면 그에 맞는 완성형의 소프트웨어를 써낼 수 있을 것이다.
  3. AI가 동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Dreamix: Video Diffusion Models are General Video Editors]

그러면 아무나 언어모델에 돈을 주고 리터러시의 절반을 구매할 수 있다. ‘읽고 쓰는’ 능력에서 ‘쓰는’ 능력을.

근데 여기서 패러다임 쉬프트가 발생한다.

2022년 5월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72만 시간 분량의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1] 그리고 하루에 약 10억 시간 분량의 유튜브 영상이 소비되었다. [2]

납작하게 보았을 때 소비량과 생산량 사이에는 1388배의 격차가 있다. 컨텐츠가 소비되는 양이 생산되는 양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2021년 기준으로 유튜브 사용자는 26억명으로 집계되었다. 26억명이 전부 실제 한명의 인간과 매칭되는 Unique User 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유튜브 사용자 수와 사용시간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인류로 제한되어 있고 어느 시점부터 성장이 제한된다. Facebook은 이미 2016년에 이 문제를 몸소 체험했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인터넷을 설치해서 Facebook을 보급했다. [3]

그러니까 컨텐츠 생산량의 성장률이 컨텐츠 소비의 성장률을 앞지를 것이다.

그럼 ‘읽는 능력’은 어떻게 증강시킬 수 있을까? 조금 찾아봤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 읽기 전에 자료 미리보기: 머리글, 부제목 및 소개를 스캔하여 텍스트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전반적으로 이해합니다.
  • 적극적으로 읽기 연습하기: 읽을 때 중요한 정보를 강조 표시하고, 메모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함으로써 자료에 참여하도록 노력하십시오.
  • 목적을 가지고 읽기: 읽기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집중하십시오.
  • 속도 향상을 위한 기술 사용: 스키밍, 스캐닝 및 청킹과 같은 기술을 실험하여 자료를 이해하면서 읽기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십시오: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면 집중력을 유지하고 전반적인 읽기 속도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또한 정신 선명도와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의욕과 끈기 유지: 마지막으로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의욕과 끈기를 유지하십시오. 더 많이 연습할수록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뇌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 규칙적인 운동: 신체 운동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새로운 뇌 세포의 성장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생성을 증가시킵니다.
  • 숙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뇌가 정보를 통합 및 처리하고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므로 뇌 기능에 매우 중요합니다.
  • 두뇌에 도전: 새로운 언어 학습, 악기 연주 또는 퍼즐 풀기와 같이 두뇌에 도전하는 활동에 참여하십시오.
  • 사회적 활동 유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면 인지 기능을 향상하고 인지 저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건강한 식단 섭취: 과일, 채소 및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식단은 뇌 건강과 인지 기능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감소: 만성 스트레스는 뇌 기능을 손상시키고 기억력과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 운동 또는 기타 스트레스 관리 기술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하십시오.
  • 알코올 및 약물 사용 제한: 과도한 알코올 소비 및 약물 사용은 뇌 기능을 손상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뇌는 복잡한 기관이며 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 평생 과정임을 기억하십시오.

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이건 초월이 아니잖아?

위 같은 방법으로는 뇌의 본질적인 한계에 도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동시에 넷플릭스 시리즈 두 개를 시청하고 두 시리즈의 감상을 동시에 온전히 즐길 수 없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의족, 의수를 움직이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등의 응용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시도들은 잃어버린 것들의 ‘회복’에 치중하기 쉽다.

실질적인 뇌의 한계에 대한 도전은 아직 태동기인 것 같다. 다양한 접근방식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크게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생산성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뉴럴링크), 지능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있을 것 같다.

이 중에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의 개발은 가장 요원하며, 지수적 성장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5년, 10년 등 긴 호흡의 마일스톤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서 패스하고 나머지 접근들을 좀 바라보았다.

기억, 지식의 확장

데이터베이스와 검색엔진, PKM(개인지식관리)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표면의 곳곳에서 지식을 채집하고 보관하여 나의 두번째 뇌로 활용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능의 확장과 인지 자원 절약

최근 많은 생산성 소프트웨어들이 마케팅 문구로 중요한 것에 집중해라 Focus on what matters, 잡음 Noise 이런 이야기를 많이 꺼내고 있다. 결국에는 사람의 제한된 뇌가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고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한가지 중요한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지능의 확장은 우리가 지금 매일매일 이야기하는 GPT-3와 AGI와 관련된 것들이다.

Deepmind: Solve intelligence — 지능의 문제를 푼다.

OpenAI: directly build safe and beneficial AGI

한편으로는 인간의 원숭이 뇌 대신 실리콘 칩을 열심히 움직여 우리 대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면 그것은 초월에 근접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AGI 또는 자동화된 시스템에게 나를 대신하여 글과 컨텐츠들을 읽고 요약하고 액션 플랜을 짜도록 시켜야 한다. 내가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결정들을 전부 다 AGI 또는 시스템이 나 대신 해야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듣기로 이 욕구의 충족 과정을 생각을 자동화한다, 시스템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1. 어떤 사람은 쇼핑을 자동화했다. ‘동행쇼핑’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패션에 대해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 자신 대신 옷을 골라주는 사람을 두고 옷을 구매하고 있었다.
  2.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동반경을 ‘서울’로 한정하고 모든 이동수단을 ‘택시’로 고정했다. 그래서 집 밖을 나가자마자 앱으로 부른 택시를 타고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핸드폰으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중요한 일’을 한다.
  3. 어떤 사람은 그냥 비서를 고용했다. 어렸을 때 나는 비서라는 게 어떤 대기업 회장님만 하는 건줄 알았는데 요즘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메일 관리 캘린더 관리 이런 걸 전부 비서가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손에 닿는 것들은 한 차례 정제된 결과물들이고 그 사람은 언제나 비서랑만 일하면 된다.

    그래서 어떤 캘린더 소프트웨어와 시계는 일정을 ‘알아서’ 만들고 이동시킨다. 이때쯤이면 네가 이 일을 하겠지? 그러면 너는 Yes or No만 답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나도 캘린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일정과 일과를 반 이상 자동화했다. 예전에는 이런 걸 쓰는 사람이 이해가 안됐는데 요즘에는 재귀 일정을 설정해 일정표에 적혀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굉장히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4. 식단 구성을 자동화했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음식이 정해진 장소로 도착하도록 정기구독 플랜을 설정하고 장바구니에 담아야 구매가 가능한 경우에는 ‘전체 상품 다시담기’ 버튼을 원클릭해서 자동으로 식단을 장바구니에 담도록 시도하고 있다.

    식사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건강과 맛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건 ‘이질감 (heterogeneity)’인데 이 단어는 나에게는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쉽게 말하면 먹을 거리가 입안에 들어왔을 때 그것들이 퍼져나가는 느낌에 약간의 예측 불가능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입과 두 입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느끼기 위해서 두 가지 이상의 메뉴 또는 간식을 조합할 수 있도록 식단을 기획해놓는 것이 좋다. 밥먹는 게 그래도 약간은 재밌어야 하니까.

    이 이질감도 자동화 할 수 있다. 난수생성기를 사용하면 되니까.

X를 해고하세요 (Fire X)

소프트웨어는 그 깊고 깊은 무의식에서 — 때로는 의식적으로 인간 누구가 하고 있는 일을 철저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업무 계층에서 상위에 있는 매니저와 경영진이 메이커들의 일을 대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메이커들이 매니저와 경영진들을 대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1. No Code - Fire Developer
  2. Automated Design - Fire Designer
  3. Cloud Infrastructure & DevOps / DevSecOps - Fire Ops Team
  4. 원래 물리적 서버 관리, 네트워크 장비 세팅만 하는 관리형 엔지니어들이 현재보다 훨씬 많이 있었고 Dev만 하는 개발자가 있었다. Container 환경, CI & CD 환경, 그리고 DevOps 엔지니어는 그 중간이 되어 많은 스타트업이 ops팀을 전부 해고하는 데에 성공했다.
  5. Automated Financing - Fire Finance Team
  6. Automate HR - Fire People Team
  7. Automate Performance Marketing - Fire Marketing Team

이론적으로는 이들 각자의 접근방식을 취합한다면 모두가 모두를 해고하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다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 되게 끔찍한 일 같기도 한데 어떤 낙관주의적 관점에서는 ‘모두가 실직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놀이하는 인간의 시대가 온다’는 내러티브도 머릿속 한켠에 떠오른다.

그런데 막상 채용 공고의 숫자가 급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 신기하다. 놀랍게도 경제는 누군가를 해고할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방향으로 동작하고 있다.

  • 남는 시간은 노는 데에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건가?
  • 놀이하는 인간의 시대는 언제 오는 걸까? 그 시대가 오면 나는 뭐하고 놀지? 하루종일 VR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감소하는 추세가 시작될까?
  • 고용률이 감소하면 모든 인간의 기본소득제가 시작될까?

어떤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고 어떤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아직까지 이것들은 불투명하다.

기술은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Deepmind나 OpenAI가 그들의 미션인 Solve Intelligence에 도달하는 정량적 임계점은 존재할까?

때때로 우리는 미래와 기술에 운명적인 끌림을 느낀다. 이런 미래지향적인 여러 관점들은 현재의 한계를 밀어나가는 그 과정자체의 의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음 단계, 다음 기록을 끊임없이 갱신해나가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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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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