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기 힘들어진 인터넷


'예전에는 인터넷이 현실에서의 탈출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이 인터넷에서의 탈출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인터넷에 텍스트만 올라와있어도 그 모든 말들이 사람의 말이라고 믿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프로필 사진이 사람 얼굴이 아니라도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
예전에, 웹사이트들은 로그인 하는 것만으로 로봇인지 의심할 필요가 없었고 복잡한 캡챠 문제를 풀어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기술이 너무 좋기도 하고, 특히나 현재의 AI 트렌드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사람인 걸 보여주려면 셀카도 찍고, 스크린샷 대신에 모니터 사진을 찍고, 스틸샷 대신에 움짤을 넣고... 그래야 하는 느낌도 든다.
할 수 있는 것들이야 정말 많다. 사람됨을 표현하기 위한 글조차도 AI에게 시켜버리면 그만이겠다. 그가 이제 이런 글도 잘 쓸테니까.
어떨 때에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물건을 쓰세요. 거꾸로 하는 건 안돼요. (Love people, use things. because the opposite never works)'
나는 어쩌면, 사람도 사랑하고 물건도 사랑하는 사람같다.

사람이 되기는 예전보다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이런 세상을 제법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