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가 수평이라는 믿음

모든 인간관계가 수평이라는 믿음
Photo by Joe Yates / Unsplash

오래간 이런저런 사슬에 묶여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비로소 자유로운 인간으로 만들어준 믿음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인간관계가 수평이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에는 일체의 예외가 없어야 좋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 사장과 직원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 고객과 기업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 친구와 나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바란다.

이 리스트는 자신이 맞닿아있는 관계의 가짓수만큼 주욱 적어내릴 수 있는데, 대체로 어느 관계에 대입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 수평적인 관계의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자신의 꿈이나 가치관, 종교 등을 일체 강요하지 않는다.
  • 수평적인 관계의 선생과 학생은 서로에게 배운다.
  • 수평적인 관계의 직원은 사장에게 잘보이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 수평적인 관계의 창업자는 투자자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 주주 가치에 기여한다. 이는 반대도 마찬가지다.
  • 수평적인 고객과 기업은 서로에게 불합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고객(또는 집단)에게 불합리한 비용을 강요하고, 어떤 고객은 기업(에 속한 어떤 담당자)에게 불합리한 서비스를 강요한다. 이는 그들이 계약 관계를 수직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에서 인간은 지배하고 지배받게 된다. 나는 부디 아무도 아무에게도 원치 않는 지배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는 건 딱히 앨리스의 이상향이 아니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만으로 어디에도 언제라도 도달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에 가깝다. 어떤 부분은 사회 문화적 논의가 그만큼 진척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었다는 생각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에 있어 사람을 자력으로 더 멀리 더 빨리 이동하도록 도왔던 자전거의 발명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스티브잡스가 말했다.

그런데 당시의 컴퓨터 성능과 지금의 컴퓨터 성능을 비교해보자면 지금의 컴퓨터는 당연히 자전거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퍼스트 클래스, 전용기를 이제 누구나 자신의 주머니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수 백년간 특정 인구집단에게 호사를 누리게 했던 단단한 언어(주로 영어)의 권력도 머지 않아 완전히 부숴질 것이다.

가장 단단하고 숭배받는 현금조차도 인플레이션의 흐름 속에서 천천히 그의 권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는 AI가 주도하는 대다수 인류의 업무 자동화를 통해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될지도 모른다.

  • 그림을 배우지 못한 사람도 누구나 숨막히게 아름다운 그림을 AI로 생성하고
  •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도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 모두가 입을 모아 자신만의 자유와 성장을 추구할 때 - 비로소 모두의 입에 마이크가 쥐어질 때

모든 인간관계는 그러니까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도 수평이 될 수 있다.

진짜로 내가 당신과 아무런 거리낌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평범한 말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 그게 모든 인간관계가 수평이라는 믿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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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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