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의 탈중앙화

영향력의 탈중앙화
Photo by Yong Chuan Tan / Unsplash

체계적으로, 그리고 목적성을 가지고 소셜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소셜네트워크는 나의 삶에 이런저런 기회와 만남을 가져다주었다.

서너가지 SNS에 각기 다른 소재, 톤 앤 매너를 상상하면서 컨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간이 날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 유튜브도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사실 이미 그렇게 생각해서 영상을 몇 개 만들었다가 부끄러운 마음에 숨겨버렸다.)
  • 틱톡도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 인스타도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SNS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나의 목적성을 병렬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개인 SNS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만물의 마케팅 창구니까.

소셜 네트워크의 부작용을 노래하듯이 떠들어대던 나였지만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의 순작용에 대한 생각 또한 많이 하게 되었다. — 어떤 면에서는 나는 소셜네트워크에 사업적인 욕망을 투영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시점에서 점진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근데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하면, 되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는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이 플랫폼이 되어버린 세상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모두 일종의 플랫폼이 된다. (나는 플랫폼이라는 버즈워드를 좋아한다, 두 가지 이상의 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면 모두 플랫폼이니 충분히 맞는 말 같다.) 고쳐쓰자면 ‘유튜버’ 한명이 ‘유튜브’와 비슷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경지에 이른다. 그들의 SNS 채널은 어느 시점 부터인가 회차당 수억, 수십억원의 광고를 집행하고, 다른 게스트와 직원 등을 불러 컨텐츠를 대신 또는 함께 만들기 시작한다.

  • MrBeast는 1억 3천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고 MrBeast Burger라는 햄버거 체인을 차렸다.
  • MKBHD는 전자기기 리뷰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 침착맨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되었다.
  • 슈카TV와 삼프로티비는 경제 플랫폼이다.

나는 프로덕트일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나 자신도 프로덕트인가 하는 부분이다. 내가 코딩을 통해서 만들어낸 웹앱 뿐만이 아니라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전하는 메세지가 일종의 ‘기능’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하고, 이 행위가 풀어낼 수 있는 ‘누군가의 문제’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 실험의 과정에서 나는 처음 1천명의 사용자를 모으고 있는데, 세는 방식에 따라서는 약 1,500명의 사용자가 모였다고 볼 수 있고 중복을 배제하고 본다면 1000여명의 사용자가 모였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팔로워들에게 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을까? 아직은 잘 알 수 없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 최적화의 과정 Optimization Process 구독자 10명
  • Twitter Follower 600여명
  • LinkedIn Follower 600여명
  • Disquiet Follower 264명
  • 프로덕트 분석 커뮤니티 15명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들을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모두에게 마이크가 쥐어질 때 독점적인 권한과 자본이 이동한다.

소셜네트워크의 순작용은 ‘모두에게 마이크를 쥐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모든 차원에서 더 급진적인 속도로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이 흐름에 AI가 한 몫 거들 것 같다.)

단적으로 서양 국가의 압도적으로 느껴졌단 ‘부’가 서양이 아닌 국가로 흐른다.

모두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기본적인 삶의 질이 확보된다. 모두의 잠재능력, 모두의 영향력이 점점 더 분산되고 분배된다. — 한켠으로는 ‘경쟁이 되레 치열해진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는 당연하다, 가장 부유했던 사람들도 앞으로는 가장 가난했던 사람들과 경쟁하게 되니까 말이다.

아래 스크린샷은 탈중앙화되어가는 영향력에 대한 침착맨의 경험적 인사이트를 담았다.

영향력이 탈중앙화되면 그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 걸까?

이 극단적이고 단순한 질문에 대해 나는 대체로 ‘그렇다’를 떠올린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정착과 농사를 시작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자손, 유전자를 증식시켜 지구를 축내고, 되레 개별 개체의 관점에서는 점점 더 불행해지는 길을 택했다(약 수십만명 정도, 하여간 소수의 인간이 풍족하게 사는 대신, 압도적으로 더 많은 숫자의 인류가 적당히 불행해지는)고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양해서 즐거운 세상을 머릿속에 그린다.

78억 인간이 있는 2023년을 10억 인간이 있는 1800년보다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숨만 쉬어도 증가하는 세상은 어쩌면 빅뱅으로부터 거스를 수 없는 어떤 최적화의 과정이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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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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