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디스콰이엇에서의 6개월; 3가지 유형의 실패; Grit; 인터넷을 위한 노이즈 캔슬링 필터; 메이커의 지지 기반
안녕하세요, 메이커 다운입니다.
디스콰이엇에서 6개월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밀도있고, 행복했고,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디스콰이엇에 합류하게 된 건 메이커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저의 불안 (disquiet)이나 어려움들에 대해서 깊이 이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디스콰이엇에 합류해 메이커들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메이커인 저 스스로의 어려움에 대해서 예전보다 잘 이해하고, 또 해소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디스콰이엇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저는 사려깊은 제품에 대해서, 고객에 대해서, 비즈니스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서 저는 디스콰이엇 밖에서 다시 메이커가 되기로 했어요.
(( 디스콰이엇 팀 사랑해요 :) ))
3가지 유형의 실패; Amy C. Edmondson
저는 그동안 여러가지 제품들을 만들고 가설을 검증해보았는데요.
이전에 했던 일들에 어쩌면 실패라고 부를만한 시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실패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1. 치명적인 실수를 통해서 일어나는 기본적 실패, 2. 자연재해나 질병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등을 동반한 복합적 실패, 3. 확고한 목표를 통해서 달려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지능형 실패 - 그리고 이 지능형 실패를 이루는 조건들은 4가지가 있다고 해요. 아직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실패했는가? 목표를 쫓고 있었는가? 가설을 기반으로 시도했는가? 실패의 결과가 치명적이지 않고 작은가? [Amy C. Edmondson]
그동안 제가 했던 실패들은 다행히도 이 중에서 세 번째 유형의 실패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였는지 저에게 부족했던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 이전보다는 잘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Grit; Angela Duckworth
제가 실패했던 요인 중 한 가지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계속하는 마음(Grit)이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문제를 붙잡고 놓지 않는 거.
저는 사실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조언에 잘 흔들렸어요.
남들이 투자를 받으려고 하면 나도 투자를 받으려고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남들이 채용을 하려고 하면 나도 채용을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남들이 세일즈를 하려고 하면 나도 세일즈를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늘 그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막상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타이밍에도 기분이 이상했고, 팀원을 찾을 수 있던 타이밍에도 기분이 이상했고, 세일즈를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이상한 기분 때문에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제 주변에 운 좋게도 멋지고 좋은 분들이 계셨고 그 분들의 조언이 옳을 때가 꽤 많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그런 조언에 적합한 사람인지 모르고 그런 조언을 따르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어요.
‘플레이북’은 정말 명쾌하고 때로는 논리적이고 자명하죠.
하지만 저는 그 플레이북이 몸에 맞지 않았어요.
세상에는 수 많은 성공하는 방법들, 문제를 푸는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제가 알아야 하는 방법은 ‘가장 크게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나랑 비슷한 사람이 문제를 푸는 방법’ 이더라구요.
조금 더 복잡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저는 ‘확률’이라는 표현을 되게 좋아하는데, 확률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빈도주의적 확률과 조건부(베이즈) 확률.
빈도주의적 확률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할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서 1,000가지 성공사례와 실패 사례를 분석해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잘된 사례들의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점대로 실행에 옮기는 거죠. 저는 이게 ‘플레이북’인 것 같아요.
한편 조건부 확률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우리 팀’ (조건)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분석을 계속해요. 그리고 나의 조건에서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가설을 실행에 옮겨요. 저는 이게 ‘롤모델’인 것 같아요.
저는 이 두 가지 방법중에서 후자가 몸에 맞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했을 때 - 롤모델이 아닌 성공의 유형은 달콤해보이지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저의 생각에 혼란을 주는 노이즈에 가깝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제가 처음에 풀고 싶어했던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프로덕트 이름이 ‘비움’이었는데요, 이 때랑 똑같은 문제들을 계속 풀어보려고 해요.
사람들의 삶이나 일이 노이즈와 혼란으로 가득차지 않고 더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을 위한 노이즈 캔슬링 필터를 만들고자 해요.
이 문제,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수 십개의 인터넷 스레드와 수 천개의 댓글을 읽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정말로 만연하고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인터넷을 위한 노이즈 캔슬링 필터
정보 과부하는 2,300년 된 문제입니다. ["]
최근 AI의 발전 덕분에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되었습니다.
Empty Canvas에서는 디지털 상호 작용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개인 맞춤형 노이즈 캔슬링 필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이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을 때에만 유용하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의 자율성과 통제권을 존중하는 도구, 그리고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Empty Canvas의 본사는 미국에 있어요. 앞으로는 자주 외부 채널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것 같아요.
Empty Canvas가 만들 제품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2편을 기다려주세요!
성공하면 어떡할 것 같고, 실패하면 어떡할 것 같으세요?
디스콰이엇에서의 마지막 날 @하영진 님이 저에게 해주신 질문이에요.
성공하면 행복하게 계속 만들 것 같고, 실패하면 조금 불행하게 계속 만들 것 같아요.
근데 실패하지 않는 게 좋겠죠.
실패하지 않기 위한 장치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열심히 찾아봤는데요, 그 중 한 가지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있더라구요.
저의 경우 그 장치 중 가장 모자랐던 것은 아이디어도, 전략도 아니고, 투자금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라 계속할 수 있도록, 마음 든든히 먹도록 도와주는 ‘지지 기반’이더라구요.
사실 이 ‘지지 기반’ 만드는 걸 너무나도 쉽게 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한테는 다른 것보다 이게 필요하고, 이걸 만드는 게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데에 시간도 엄청 오래걸리더라구요.
근데 이제 용기를 낼 거에요.
함께 오랫동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지저분함과 귀찮음과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할 끈끈한 메이커 친구들, 그리고 소중한 관계를 많은 수가 아니더라도 좋으니까 만들어나가려고 해요. (저랑 친구 하실분?)
메이커의 지지 기반 클럽
오랫동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즐겁고 힘든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메이커들을 찾고 있어요.
클럽 참여 조건은 문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메이커에요.

그리고 오늘 만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동료 메이커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빌딩 인 프라이빗’ 공간 Today I Made 챌린지를 준비했어요. 1회차인 지금은 최대 5명 인원을 모집하려고 해요.
이번에는 중간에 쉽게 멈추지 않고 계속해볼게요.
#2편에서는 써볼 수 있는 제품을 가지고 올게요.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